[영화] ‘벌새’,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마. 함부로 동정할 수 없잖아.

영화 ‘벌새’ 감독: 김보라 개봉: 2019년 8월 29일 주연: 박지후(은희), 김새벽(영지)이 영화는 개봉해 극장에서 봤는데 3년이 지나서 다시 본다.

좋은 영화는 두 번 보고 계속 보게 될 영화 아닐까?이 작품은 1994년 중2소녀였던 은희가 겪는 일상 이야기를 담담하게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그냥 강물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흐르듯이.1994년에는 어떤 큰 일이 벌어졌을까.LA월드컵축구 첫 경기에서 한국팀은 스페인에 0-2로 뒤졌으나 극적으로 2-2 동점으로 비겼다.

동점골을 서정원 선수가 터뜨린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7월 8일에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10월 21일에는 성수대교가 붕괴된다.

그런 대규모 이벤트와 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학교 2학년 은희는 지완과 사귀어 키스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1학년 유리와 동성연애도 하고 공부하기 싫어 만화를 그리며 집안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형에게 얻어맞는다.

은희에게는 불합리한 세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은희는 씩씩하게 걸어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이 영화에는 유독 복도식 아파트 문이 많이 보이는데 마치 우리 삶의 각 단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햇살이 쏟아지는 나무 아래서도 사람을 만나 싸우고 있다.

벌새처럼.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나도 은희는 담담하게 눈으로 지켜본다.

이 영화는 은희의 눈을 잘 보여준다.

관객들은 은희의 표정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해보라는 감독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은희가 좋아하는 한문 선생님 영지가 칠판에 쓴 한문 메시지.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 삶도 한번 살아보고 새롭게 맞이하는 매일의 모습이 벌새처럼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첫 인생이잖아? 그러니 우리는 슬퍼할 이유도 없고 실망할 이유도 없다.

그냥 새로 살 뿐이야. 그게 인생이다.

1994년 중학교 2학년 은희에게서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 보인다.